우리나라 안 망하려면?
우리나라 망하면 안 돼! (2)

지난 편지에서 <한국의 미래>라는 보고서의 절반을 요약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진 이유가 ‘선순환 고리의 파열’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하나는 '연못 키우기', 하나는 '수로 넓히기'입니다.
연못 키우기와 수로 넓히기

위 그림처럼 경제를 몇 개의 이어진 ‘연못’으로 상상해볼까요? 세계 시장이라는 큰 연못에서 국내 기업이라는 연못으로, 그리고 가계(개인)이라는 연못으로 자본이 흘러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시원찮아진다는 점입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① 연못 자체를 키우는 것(산업 경쟁력 강화)과 ② 수로를 넓히는 것(자본 흐름 개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연못 키우기: 구조조정과 마더 팩토리

연못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핵심은 기업들이 낡은 산업(구경제)을 줄이고, 미래 성장 산업(신경제)으로 신속히 재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낡은 산업을 정리할 때 ‘교통정리’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서 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 시절 일본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철강, 자동차 등 구경제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습니다. 그 결과, 낡은 기업이 계속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고, 산업의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을 일본 정부가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마더 팩토리’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마더 팩토리 전략은 핵심 생산과 기술 개발을 본국에 집중시키고, 해외 공장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운영하는 전략입니다. 대만 TSMC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 자재 생산과 같은 관련 요소들의 수급도 대만 내에서 주로 한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마더 팩토리 전략으로 한국 경제 내부에서 ‘선순환’이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② 수로 넓히기: 금융자산 매력도 높이기

연못이 커져도 수로가 여전히 좁아서 아래로 흐르지 않으면 ‘선순환 회복’은 안 됩니다. 저자는 수로를 넓히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가지 다루고 있는데요. 그중 핵심은 ‘금융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주식, 채권, 연금 등의 금융자산의 인기가 높아지면 부동산의 인기가 줄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완화되어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또 기업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은 배당을 잘 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26% 수준으로, 미국 S&P500 평균(52%)보다 낮습니다. 배당이 늘면 주식을 보유하는 국민이 늘고, 수출 대기업들이 낸 실적이 배당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결국 가계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제 생각: 전자는 수긍, 후자는 글쎄
‘연못 키우기’에 관한 내용은 대체로 수긍이 됐습니다. 한국 주요 산업이 ‘또’ 중국에 다 따라잡혀 경쟁력을 잃었다는 뉴스를 자주 봅니다. 또, 미국이 ‘우리나라에 공장 안 지으면 반도체 팔 생각 하지마!’하는 수준으로 인센티브와 규제를 강력하게 걸고 있습니다. 마치 뜨거운 물에 빠져 천천히 삶아지는 듯한 상황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일본, 대만 사례가 괜찮은 힌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수로 넓히기’에 관해서는 ‘연못 키우기’ 만큼 수긍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금융자산의 인기가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 부채가 줄어들어 소비를 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 주식, 채권, 연금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어서 부동산이 강세인 걸까요? 그보단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수도권 집중이 심각해 부동산의 인기(가격)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고서는 배당 증가가 선순환을 만든다고 합니다. 근데 삼성전자(외국인 지분율 51.72%), SK하이닉스(49.8%)처럼 주요 수출 대기업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습니다. 즉, 배당 증가가 국내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효과보다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효과가 더 크고, 이 돈은 수로를 넓히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읽게 된 보고서였는데,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공부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남는 궁금증은 좀 더 공부해보고 또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보도록 할게요.
왜냐면, 우리나라 안 망하려면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니까!
걱정꾼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