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채용

계단뿌셔클럽 (58)

첫 채용

저에게도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채용은 그중 하나입니다. 채용을 버킷리스트에 적게 된 경험이 저에게는 있었는데요. 타다 서비스를 하는 VCNC라는 스타트업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치킨버거 좋아하려나...

회사에서는 매달 전 직원 타운홀미팅이 열렸습니다.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의 목표와 계획을 이야기하고, 직원들이 Q&A가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당시 대표는 ‘동기부여’를 잘했습니다. 목표와 계획을 대체로 명쾌하게 설명했고, 공감이 가는 비전을 잘 제시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영리기업인데도 공적인 가치와 비전을 잘 연결해 이야기했는데,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자부심을 느끼게 될지를 잘 설명하곤 했는데요. ‘좋은 일자리’ 이야기도 그 맥락에서 꺼냈던 것 같습니다. 어느 타운홀미팅 날, 대표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는 얘길했습니다. 마음 붙여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당시 회사 생활을 재밌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이 갔습니다. 유능하고 협력적인 동료들과 일하는게 즐거웠고, 성장하면서 작은 성취를 쌓아나가는 삶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저를 위해서 회사를 만든 건 아니지만, 제게 소중한 것을 주었으니 ‘공헌’이라고 할만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채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일자리가 적어 속상한 세상

아니면 수제비 추가한 감자탕 같은 걸 좋아하려나...?

계단뿌셔클럽의 커뮤니티 구성원은 대부분 20대, 30대입니다. 20대 중에는 취업 고민 많은 졸업 무렵의 대학생, 전력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꽤 많습니다. 사실, 계뿌클 이전에는 이 또래 친구들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잘 몰랐는데요. 이 또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아지다 보니 알게 됩니다. 요즘 얼마나 취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하기가 어려운지를 말이죠.

‘MZ 오피스’에 대한 편견도 허상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나눠본 친구들은 기준이 별달리 높은 것도 아니고, 위계가 있는 조직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동료로 회사에서 만난다면 참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이 많이 만나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 같이 일해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런데 다들 하나같이 기운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두 생각을 이어 붙여봅니다. ‘어서 팀을 성장시켜서 누군가를 모셔오고 싶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계뿌클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대단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성장과 보람이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한 당위에서 다짐에 가까워지게 됐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위로 이상의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첫 인턴 채용 준비

어렵다! 어려워!

그렇다고 대충 할 수는 없습니다. ‘일’이 확실히 준비되어야 합니다. ‘인턴 한 명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한 지는 사실 꽤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모호한 생각으로 채용하면 서로에게 안 좋을 것 같았어요. ‘제가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라고 묻는 후보자에게 ‘아직 저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 일이나 다 시킬 수 있습니다. 후후,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요!’라고 말하는 꼴이니까요.

또 ‘돈’도 중요합니다. 저와 수빈 님은 대표자니까 급여를 못 받는 상황이 생겨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용관계에서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계약기간에 대한 급여 이상의 돈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정규직 채용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 싶으시겠지만, 해도 되는 실수가 있고 하면 안 되는 실패가 있는데 이건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과 ‘돈’이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 둘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인턴 채용을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참 좋은 분을 모시게 됐고, 3월 초부터 출근을 시작하셨습니다. 첫 출근하신 날, 괜히 감개무량하고 뿌듯하고 그랬는데요. 요즘은 뿌듯함보단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준비가 부족했는가를 많이 느끼는 매일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존중’과 ‘성장’을 경험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두 개가 참… 어렵고… 무섭네요… 엉엉… 잘할 수 있겠죠?


혹시 여러분 인턴 시절에 했던 좋은 경험, 나쁜 경험 있으시면 좀 들려주세요. 오답 노트 좀 만들고 싶습니다. 근데 적당히 친해진다는 건 뭘까요…? 흑흑… 어려워… 무서워…

여러분의 소심한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