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뿌클에 기부하면 답례품 뭐 주나요?

고향사랑기부제 비판 (1)

계뿌클에 기부하면 답례품 뭐 주나요?

고향 생각이 많이 나는 명절 연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고향 특집으로 ‘고향사랑기부금제’ 때문에 좀 열 받았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때는 계단뿌셔클럽이 연말 후원자 모집 캠페인을 열심히 몰두하던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향사랑기부제에는 ‘사랑’이 없다

???: 사랑에 원래 대가 없는 거 아니에요?!

연말은 ‘대목’입니다. 연말정산을 앞둔 직장인들이 세액공제도 받을 겸 기부처를 찾고요. 한 해를 돌아보면서 이웃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기부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기부금 단체가 되고 처음 맞는 연말, 계단뿌셔클럽도 열심히 캠페인을 준비했습니다. 설득할 수 있는 논리도 정돈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아껴둔 예산을 뜯어 인스타그램에 광고도 집행했죠.

근데 수상한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고향사랑기부금제’ 광고입니다. ‘안 하면 손해’, ‘10만원을 기부하면 무조건 13만원을 돌려준다’는 두쫀쿠만큼 달콤한 메시지에 저도 홀린 듯 버튼을 눌렀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지역을 선택해서 기부하면 전액을 세액공제로 돌려주고, 3만원의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줍니다.

꿀꺽 침이 넘어가는 혜택을 보니 심통이 치밀었습니다. 기부금을 소중하게 잘 활용해 공동체의 문제를 기필코 해결해보겠다는 우리와 10만원을 ‘기부’하면 13만원을 돌려드린다는 고향사랑기부제가 같은 진열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걸 어떻게 이기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은 떡갈비 세트 같은 답례품을 드릴 수 없으니까요.

얄미워서 하는 말인데요. 저는 이 제도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점 1: 기부의 의미를 오염시킨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는 영상의 '혜택' 중심적 메시지

기부의 정의는 ‘돕기 위해 대가 없이 내놓는 일’입니다. 그런데, 고향사랑기부제는 ‘대가 없이 내놓는 기부’가 아닙니다. 10만원을 내면 13만원을 돌려주니까요. 연말에 소셜 미디어 광고창을 장악한 고향사랑기부제 광고의 홍보 문구처럼 ‘낸 돈 보다 더 많이 돌려 받을 수 있는 수익 상품’입니다. ‘돕기 위해’가 아니라 ‘더 많이 돌려 받기 위해 내놓는 일’입니다.

이런 경험은 기부에 대한 인식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사회복지시설 같은 기부처는 문제해결 위한 재원이 필요해 기부를 받습니다. 더 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게 되므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저라도 고향사랑을 경험하면 ‘계뿌클? 신선한데? 그래서 여긴 답례가 뭐지?’ 궁금할 것 같아요. 혜택을 경험하면 다음에도 기대하게 될테니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답례에 관심이 많아지면 ‘악순환’이 생깁니다. 물론, 기부자를 예우하는 건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제해결만큼 중요하진 않습니다. 파격적인 답례를 경험한 사람이 늘고, 답례를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해지게 되면 계단뿌셔클럽도 답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당연히, 그만큼 문제해결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들게 됩니다.

문제점 2: 불공정한 경쟁을 일으킨다

불공정한 경쟁에 혼이 나간 이대호

비영리단체들과 고향사랑기부제가 ‘대목 경쟁’을 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목은 같습니다. 연말입니다. 대상은 연말정산을 앞둔 직장인들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의 50%가 12월에 발생합니다. 또, 세액공제 한도인 10만원 이하로 기부한 사람의 비중이 98%입니다. 연말정산 앞두고 고향사랑기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계단뿌셔클럽에 10만원을 기부하면 15%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습니다. 그래서 15,000원을 돌려받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10만원을 기부하면 100%의 세액공제와 30,000원 상당의 답례품을 줍니다. 연말정산 앞두고 조금 기부해볼까 고민하던 직장인에게 이렇게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흑흑, 후자를 선택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찾아봤는데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생기고 실제로 비영리단체로 가는 기부금이 실제 줄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인들이 내는 기부금의 총액은 매년 1~2% 정도 늘어나는 데 비해, 고향사랑기부금은 연평균 50% 이상 빠르게 증가합니다. (단순한 가정이지만)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전체 개인 기부금 중에 약 10%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차지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부도 이득이다!’라는 곤란한 깨달음을 전파해도, 총성이 오가는 연말 기부금 경기장에 포크만 쥐어주며 들어가라고 해도 감내할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이 제도가 ‘지역불균형’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면 말이죠. 수도권 집중은 만악의 근원이니까요.

그래서 따져봤습니다. 과연,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에 사랑을 불어넣고 있을까요?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요? 심통난 이대호를 입 다물게 할 수 있을까요? 다 써두긴 했지만, 여백이 모자라니 다음 주 일요일 편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속이 좁은 당신의 친구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