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로 '성심당' 만들 수 있을까?

고향사랑기부제 비판 (2)

고향사랑기부제로 '성심당' 만들 수 있을까?

지난 편지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도 이득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조장하는 문제가 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래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이에요. 정말 중요한 문제니까요. 오늘은 '고향사랑'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좋은 제도'인지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성심당’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발견한 사무실 근처 엄청난 디저트 카페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건 결국 지역내총생산(GRDP)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GRDP는 그 동네에 있는 회사나 상점, 개인들이 전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커집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입니다.

a) 수도권 기업이 통째로 지방으로 이사를 오거나
b) 대전 '성심당'처럼 수도권 기업의 수요를 지역 기업이 뺏어오거나
c)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이 세 가지 중 어떤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현재 지자체들이 내놓은 답례품의 절대다수는 한우, 쌀, 밀키트 같은 '먹거리'입니다. 먹거리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많이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사람이 하루에 다섯 끼를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음식 소비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지역에 기업이나 일자리를 만들려면 두 번째 시나리오를 잘 해내야 합니다. 수도권 직장인들이 마트에서 사 먹던 수입산 소고기와 동네 먹거리 대신, 지역 특산물에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하죠. 즉,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대전으로 불러모은 성심당 같은 압도적인 로컬 기업의 탄생을 고향사랑기부제가 유도해내면 '목적 달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제도로 결코 성심당을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 1: 무한히 쪼개지는 보조금

속씨원한 대구탕 맛있는데...

잠깐,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7만원), 지방의 기업(3만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직장인들이 지역에 기부금(10만원)을 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기부금을 중앙정부가 다시 돌려주니까요. 이 보조금이 지역기업을 '성심당'으로 길러내면 좋은데, 어렵습니다. 첫째 이유, 너무 쪼개서 나눠줍니다.

보조금이 마중물이 되어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하는 시나리오는 1) 보조금으로 생긴 돈으로 설비에 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거나 2) 과감한 상품 개발 투자가 성공을 거두는 것입니다. 원래 엄두 못 냈을 일인데, 보조금 덕분에 해낼 수 있게 되는 거죠. 집중된 보조금이 평범한 동네 빵집을 전국구 명물 성심당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태생적으로 이 '집중'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사례를 한 번 볼까요? 작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1년 치 답례품 수요(지출액)는 약 4,0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답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20곳이 넘습니다. 지자체는 '형평성'을 지켜야 하니, 훌륭한 기업 하나를 발굴해 매출을 몰아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20개가 넘는 업체가 파이를 잘게 쪼개어 나눠 가질 수밖에 없죠.

1개 업체에 4,000만 원을 다 몰아줘도 혁신이 일어날까 말까 한데, 나눠 가지면 고작 200만 원 남짓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고향사랑기부금이 지금보다 10배나 흥행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그래도 업체당 늘어나는 연 매출은 2,000만 원 수준에 그칩니다. 과연 이 용돈 매출을 믿고, 제2의 튀김소보로를 개발하겠다며 빚을 내어 공장을 짓고 연구원을 채용할 사장님이 있을까요?

이유 2: 재구매 유도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제도

구매는 쉽고 리텐션은 어려워

성심당처럼 강력한 로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구매'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고향사랑기부제는 훌륭한 마케팅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기부를 통해 평소 몰랐던 지역의 훌륭한 특산물을 우연히 체험하고, 그 맛과 품질에 반해 내 돈을 내고 다시 찾는 '단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단골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보조금 덕분에 '무료'로 써본 물건을 다음번에 '제 돈 주고' 사게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제 돈을 주고 사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심리적 저항을 부릅니다. 공짜로 먹었던 한우를 내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 다시 사려면 그 상품에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은 대부분 차별성을 갖기 매우 어려운 1차 농축산물 중심의 먹거리입니다.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대체재가 많은데, 굳이 그 지역 물건을 고집할 이유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더 황당한 문제도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상품이 마음에 쏙 들어서 다시 사고 싶어졌다고 가정해 볼까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는 내 돈을 내고 똑같은 물건을 다시 살 수 있는 결제 버튼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포털 사이트를 뒤져 판매처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이 제도의 성과를 발표하는 정부 보도자료에도 '재구매'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고향'에 돈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정부가 10만 원을 지방정부에 그대로 주는 것보다 더 성능 좋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보조금이 어떤 특별함도 만들지 못 하고 흩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바꿀지, 1회성 소비를 넘어 재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 구조는 무엇인지, 지역활성화를 정말로 이뤄내기 위해 성과지표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해 연말에 '놓치면 손해, 고향사랑기부 하세요!' 광고를 보더라도 짜증이 덜 날 것 같거든요! 의도가 좋은 정책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낳는 제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쓰고 보니, 이렇게 길게 쓸 거였나 싶어 머쓱한
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