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로테이션 소개팅 후기
로테이션 소개팅이 대유행입니다. 30대에서 인기입니다. ‘자만추’의 기회는 사라지고, 소개팅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수요를 겨냥합니다. 당연히 전문 업체도 있고요. 카페에서, 독립서점에서, LP바, 절에서도, 시청에서도 로테이션 소개팅을 엽니다. 거의 시대정신입니다. 저 또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봉사 + 로테이션 소개팅
“대표님, 혹시 <나는 솔로> 좋아하세요?”
계단뿌셔클럽과 꾸준히 함께 해주시는 A 회사의 담당자 김 선생님이 물어보셨어요. 매년 정기적으로 A 회사 임직원분들과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로테이션 소개팅 요소를 넣어보자는 너무도 새로운 기획을 들려주셨습니다. 요즘 연애 프로그램, 로테이션 소개팅이 인기이니, 우직하게 정보 수집만 하는 활동보다 직원들 사이에서 분명 수요가 클 거라고요.
김 선생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습니다. 봉사활동도 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도 찾는 프로그램을 뚝딱 기획하셨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같이 할 회사 섭외하기’라고 하셨어요. 다시 안 볼 사이(?)인 사람들과 해야 맺어지든, 찢어지든 문제가 안 생깁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업종이 달라 만날 일 없는 깔끔한(?) 회사들을 척척 찾아오셨습니다.
프로그램은 봉사를 ‘주’로 소개팅을 ‘부’로 설계했습니다. 약 20명이 실내에서 모여 활동 안내를 듣고, 전원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두 라운드의 정보 수집 활동을 2인 1조로 약 40분씩 합니다.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에 짝꿍이 한 번 바뀌는 ‘로테이션’이 있죠. 다 끝나면 활동 만족도 설문을 제출하는데요. 설문의 마지막 문항이 일반적인 활동과 좀 다릅니다.
‘혹시, 마음에 드는 분 있으세요?’거든요. 정말로 여기 다들 누군가의 이름을 적느냐고요?
첫 번째 고민, ‘재밌는데?’
로테이션 소개팅 콘셉트의 활동을 해보고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재밌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임직원 활동과 공기가 다릅니다. 다들 수줍고… 설명을 유달리 경청하고… 정보 수집도 아주… 성실히 하십니다…. 구경하고 진행하는 저조차 이 몽글몽글한 공기에 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게다가… 끝나면 정말로 서로의 이름을 적어 연결되는 커플이… 탄생합니다…!
재밌는데 왜 고민이냐면, ‘이렇게 짜릿한 걸 많이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계단뿌셔클럽의 심장인 크러셔 클럽의 가을 시즌 정복활동을 막 시작했습니다. 정복활동은 문제해결 성과, 그에 따른 보람만을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근데, 이번 시즌 역대급으로 참여자 모집이 어렵습니다. ‘주말 오전 2시간 같이 정보 모아요!’에 반응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핫플’ 정복이 다 끝났고, 이번 시즌에는 덜 알려진 동네 골목 상권들에서 정복활동을 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여느 임직원 봉사활동은 정원 채우기도 어려운데 이번에는 몇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민입니다. ‘꼭 소개팅 콘셉트가 아니라도 짜릿한 요소가 필요한 걸까?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으로 정복활동을 다듬어 왔는데, 방망이에 큼지막한 스티커를 하나 붙여야 하나 싶은 것입니다.
두 번째 고민, ‘위험하지 않을까?’
짜릿한 활동 방식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일,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잘못하면 계단뿌셔클럽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연애와 문제해결, 둘 다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것 둘이 합쳐지고 자칫 연애로 균형이 쏠리게 되면 의심을 사게 됩니다. ‘문제해결은 핑계고, 연애가 주목적이구먼!’이란 평가를 받으면 계단뿌셔클럽의 진정성은 흔들릴 것입니다. 비영리 조직에 진정성은 심장입니다. 혈류를 밀어내는 심장이 멈추면 생명이 꺼지듯, 진정성 없는 NGO는 끝내 소멸합니다.
재미 같은 비본질적 요소를 추구하다 진정성이 흔들리면 심장부를 이루며 꾸준히 활동하는 동료 크루들부터 떠납니다. 그럴 만한 일 아예 시작도 안 하면 좋을 텐데요. 그런데, 무언가 새로운 재미 요소를 만들지 못하면 주목을 잃고, 주목을 잃으면 일일크루 모집이 어렵고, 일일크루가 안 오면 문제해결을 못 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그러니 ‘적당히’ 해야 할 텐데, 적당히라는 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너무 어렵지 않나요? 0과 1은 할 수 있는데 말이죠.
로테이션 소개팅이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줄 줄이야!
그래서 말인데요, 여러분 정복활동 한번 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동안 ‘사람도 많고, 잘되는 것 같던데?’ 생각하셨겠지만, 이번엔 진짜, 너무, 매우 위기입니다! 흑흑… 정말 큰일 났어요…. 총력을 다해보고 있지만, 모집이 정말 어려워요.
와주시면 서울정복 90%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왕 오실 때, 얼굴 뵈면 좋으니 저의 출동 스케줄을 함께 알려드립니다. 아래 정복활동 신청 링크로 오시면, 약소하지만 차 한잔 살게요. 주말 오전 2시간 하고 나면 아주 보람찹니다. 로테이션 소개팅 전문 업체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정복활동 신청하기: https://forms.staircrusher.club/26f_onedaycrew?ref=dae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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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