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친구들께 보내는 감사 인사
이것은 특별한 분들께만 보내드리는 편지입니다. 꾸준히 <이대호의 정치 도전기>를 읽어주신 귀하에게 이 편지를 보냅니다.
얼마 전, 영화 <초선(Chosen)>의 주인공 데이빗 킴을 만났습니다. 데이빗 킴은 30대 한국계 미국인 성소수자 변호사입니다. 두 번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30대 정치인입니다.
34지구는 히스패닉 인구가 60% 이상입니다. 현역 의원도 히스패닉입니다. 데이빗은 한인이지만 성소수자라서 보수적인 개신교 한인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기업의 후원을 전혀 받지 않고 풀뿌리 후원만으로 선거를 치릅니다. 약점을 숨기고 제약을 줄여도 쉽지 않은 경쟁인데 '마음대로' 합니다.
그런 데이빗이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중도 포기 않았냐고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도전을 어떻게 꺾지 않고 버틸 수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자신의 도전 역시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러모로 힘들다고 했습니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입니다. 아주 정신 없는 영화입니다. 세상의 섭리를 찾아 정신없이 온 우주를 쑤시고 다닙니다. 삼라만상의 삼라만상을 거쳐 결국 도착하는 곳은 바로 '당신'입니다. 다만, 우리가 곁에 있는 당신들에게 친절할 것을, 가능한 따지지 말고 사랑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데이빗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남시장 선거를 완주하고, 직업 정치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당신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입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도전을 진지하게 생각해주고, 작은 친절과 관심을 포기하지 않은 여러분, 제가 좋은 정치인이 될 거라고 믿는 친구들의 사랑이 저를 부러지지도 휘지도 못하게 했다고요.
데이빗도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자신에게 투표한 다수의 유권자가 있지만, 진실로 자신을 버티게 하는 것은 그를 굳게 믿어주는 몇몇 친구들의 신뢰와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제야 비로소 '왜 정치를 하는가?'하는 질문을 피하지 않고 대답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정치인이 될 것입니다. 잘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며 살아가기 점점 어려워지는 이 시대, 시대의 어둠을 걷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처음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폐끼치지 않는, 스스로 홀로 서서 세상을 구하는 강인한 정치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1년 반의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하며 깨달았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도 폐끼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정치로는 누구의 삶도 지킬 수 없다는 걸 이제 압니다. 앞으로도 친구들에게 의지하고, 갚지도 못할 도움을 받으며 겨우 버티는 것이 저의 최선입니다.
아마 모르셨겠지만 많이 의지했습니다. 편지를 열어봤다는 알림들, 보내주신 이따금의 답장, 그 친절이 없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도전을 포기했을 거예요. 그러니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시면 여러 위기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우리 스스로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에도 우리의 이 황당하고 진지한 모험에 함께해주세요.
당신이 아니면 저의 정치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당신의 친구 이대호 드림.
* 혹시, 무언가 의견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눌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