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크게 벌인 대가

그린벨트 프로젝트 (2)

일을 크게 벌인 대가

귀가 빨개지도록 추운 화요일이었습니다.
날도 추운데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예고한 ‘그린벨트 출범행사’를 오늘 치렀습니다. 가끔 일하다 보면 ‘어? 이건 좀 무리인데?’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이번 출범행사 준비가 딱 그랬습니다.

손발 맞춰본 적 없는 팀원들과 해보지 않은 일 하기

국회의원을 열 분 넘게 섭외한 것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문제는 바쁜 분을 많이 모시면 조율해야 할 사안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린벨트 팀원들 모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국회의원이 열두 명이 오고, 두 개의 장소를 오가며 여러 개의 순서가 있는 행사를 치러본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함께 일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요.

그래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생겼습니다. 의사소통 과정에 실수가 생겨 참석을 철회한 분도 있었고요. 당일까지 행사 식순이 바뀌어서 곤란한 분도 있었습니다. 장소 예약에 실수가 생겨 기자회견장을 못 쓸 뻔도 했고, 퍼포먼스 도구가 잘못 전달되어서 난처해질 뻔한 의원님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안 해본 일을 해내려다 보니 그린벨트 팀원들은 물론, 외부 관계자들까지도 힘들었습니다. 행사에 책임을 맡은 저도 자괴감 드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린벨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과 출범 행사를 오늘 치른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만들고 싶은 변화는 저 혼자서 도무지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할 수 없는 까닭은 아래 ‘그린벨트 시작선언문’에 자세히 쓰여있습니다. 팀원들과 논의해서 공들여 작성했고, 오늘 국회에서 발표한 것인데요. 한 번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수요일도 오늘 만큼이나 춥다고 하니 잘 대비하시고, 꼭 읽어봐주세요!
이대호 드림.


그린벨트 시작선언문

시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어디에선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동료 정치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는 올해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2045 민주당 정치인 연대 그린벨트입니다. 시작을 상징하는 시간, 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귀한 분들을 모시고 그린벨트의 시작을 선언할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우리는 정치인입니다. 여느 직업이 그러하듯 정치인의 삶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꿈은 달콤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경제적 부담, 낙선에 대한 불안, 가족의 만류, 사회의 부정적 인식, 신인에 대한 텃세,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선배와의 경쟁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드시 정치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누구도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 변화, 고령화, 기술변화가 밀려들며 수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대 간 이해관계가 다방면에서 충돌하며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민주주의로 새로운 길을 열지 않으면 우리는 가족과 친구, 이웃의 미래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해야 합니다. 매우 고되고 어렵더라도 우리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린벨트가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용기’입니다.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촉진하는 제도, 낡은 선거 규칙의 진보, 정당의 인재 육성 시스템 개선 같은 것도 분명 중요합니다. 선배들의 상냥한 가르침과 냉정한 조언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직 ‘용기’야 말로 우리가 마침내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줍니다. ‘용기’를 잃으면 변화를 만들기 전에 우리는 포기하게 될 테니까요.

그린벨트는 ‘용기’를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거칠고 황량한 정치권에서 용기를 주고받으며 다 함께 도전을 완주하려고 합니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희망을 붙들고, 혼자였다면 타협했을 일에 타협하지 않고, 혼자였으면 배우지 못했을 것을 배우고, 혼자였다면 발휘하지 못할 관대함과 겸손함으로 더 나은 우리가 되는 연대입니다. 그 힘으로 우리는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선거를 완주해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그린벨트는 12명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111명이 넘는 동료 정치인이 함께하는 연대체가 될 것입니다. 혼자 외롭게 도전하지 마세요. 그린벨트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정치가 원래 그런 거라는 말에 저항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 됩시다. 그렇게 우리가 변화하면 사각지대가 지워지고, 부당한 폭력을 막아내고, 공정한 제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정치가 변할 것입니다.

그린벨트는 다방면에서 서로 협력하는 곳입니다. 함께 전문가를 모셔서 공부하고, 완성도 높은 정책과 공약을 공유하고, 캠페인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가까운 후보들 간에는 함께 캠페인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올해 우리의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보장합니다. 더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외롭게 고군분투할 때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 있고, 힘들더라도 마음은 더 편안한 정치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좋은 정당을 만들어 더 높은 품질의 정치를 국민들께 선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외곽의 미약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가 도시 안쪽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것처럼 변두리의 우리가 손을 맞잡아 벨트를 이루면 우리 당은 물론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일, 가족과 친구, 이웃의 미래를 지키는 일, 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바로 그 일을 같이 시작합시다. 그린벨트에서 함께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월 11일

그린벨트 멤버 일동

강화평 (대전시 동구), 김지수 (서울시 종로구), 박강산 (서울시), 박한창 (서울시 강동구), 봉한나 (경기도 부천시), 손혜영 (서울시 도봉구), 이나견 (부산시 수영구), 이대호 (경기도 성남시), 이세원 (서울시 용산구), 주우리 (충북 청주시), 차해영 (서울시 마포구), 황준환 (대전 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