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먹고 살 결심

참 더운 한 주, 벌써 화요일입니다!
어쩜 이렇게 더운지… 잘 지내고 계세요?

오늘은 ‘생계’에 대한 고민을 씁니다. 선거를 끝나고 주변을 살펴보니, 도전자 대부분 먹고살 걱정에 눈살이 한껏 찌푸려져 있네요. ‘낙선자 일자리 문제’라는 이름으로 2회차에 걸쳐 다뤄보겠습니다.

주변 낙선자들의 유형별 사례

(1) 보좌진 유형

국회, 지방의회에 보좌진으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진로입니다. 다음 도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역량을 기를 수 있고, 정기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드문 일이지만 본인이 출마하려는 지역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취업하는 경우, 돈 받으면서 다음 선거 준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문제는 보좌진 취업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본인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보좌진 일자리를 얻을 확률은 정말 낮습니다. 올해 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회에 정책지원관이 신설돼 일자리가 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채용 과정이 개방적이지는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지방의원들과 개인적 관계가 있어야 취직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2) 프리랜서 / 아르바이트 유형

최근에 만난 친구 L은 ‘눈높이 교사’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서, 월 2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동네 학부모님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골프장 캐디, 지역 언론사 객원 기자로 일하는 분, 전문성을 살려 법무사, 포토그래퍼로 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치활동은 낮에도 갑자기 시간을 빼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때문에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직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을 살려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찾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역량 기르는 데에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3) 부자 유형

경제 활동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중년, 노년 정치인 중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연금 소득이 있거나, 모아둔 재산, 혹은 임대 수입 등의 자본 소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단점은… 없습니다…

이대호의 경우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을 때 제 계획은 ‘낙선하면 재취업’이었습니다. 2~3년 회사 다니고, 관두고 다시 1년쯤 선거 준비, 선거 운동하다가 다시 회사 다니기를 반복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정치 활동을 꾸준히 해야 문제해결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주까지 설명한 ‘의무방어전 문제’를 직장 다니면서 풀어나갈 수 없습니다. 꾸준히 시간을 들여 시민들을 설득하고, 관계를 쌓아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일은 1, 2년 만에 되지도 않고, 직장생활 하며 병행하기도 어렵습니다. 정치와 회사를 오가면 ‘그럴싸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입을 좀 포기하더라도 정치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없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능하다면 테크 업계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산업에서 일하면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문제해결력을 잘 발전시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 20시간 정도 일할 수 있는 IT 스타트업 일자리를 찾아 보고 있습니다.

문제: 생계와 성장을 다 잡을 수 있는 ‘경제 활동’을 만들 수 없을까?

진정성과 실력을 겸비했거나 잠재력이 풍부한 정치인도 선거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짝이는 낙선자들이 정치를 계속 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유능한 정치인이 많아지면 정치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에 이익이 됩니다. 문제는 정치로 밥벌이를 하며 다음 선거를 준비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관두고 떠나는 인재가 많다는 것입니다.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서,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더 있으면 귀한 인재들이 정치권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음 편지에서는 제가 구상한 문제 해결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더위, 냉방병, 인플레이션 조심하세요!
여러분의 친구 이대호 드림.